전기 발명 이전: 수동식 계산기
오늘날의 컴퓨터는 데이터의 입력(input), 처리(process), 출력(output)을 위한 전자적 장치라고 정의할 수 있다. 그런데 전기가 발명되기 이전부터 크고 복잡한 수의 계산을 도와줄 수 있는 장치들이 사용되었다. 컴퓨터가 ‘계산하다(compute)’라는 말에서 파생되었다는 점에서 보자면 인간 두뇌 용량을 넘어서는 수의 계산을 도와주는 도구를 컴퓨터의 기원으로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재미삼아 또는 가벼운 상식선에서 전기 발명 이전 인류는 어떤 방식으로 계산을 했는지 살펴보자.
▷ 주판
인간은 고대시대부터 수의 계산을 위한 도구를 사용했다. 지금은 거의 잊혀진 도구가 되어가고 있지만 19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주판은 수 계산을 위한 필수도구 였다.

▷ 안티큐테라(Antikythera) 천문계산기
1901년 그리스 안티큐테라 섬 근처에 가라앉은 난파선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발견되었다. 기원전 1세기에 그리스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데 시계의 톱니바퀴처럼 맞물린 원판들로 태양과 달의 움직임을 정교하게 계산할 수 있었다고 한다. 윤년도 고려되어 있을 정도로 날짜를 정확하게 계산할 수 있었는데 고대 올림픽 경기 일정을 정하거나 일식을 계산하는데 사용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 파스칼의 계산기(Pascaline)
1642년 프랑스의 수학자이자 철학자인 파스칼이 톱니바퀴 원리를 이용해 덧셈과 뺄셈을 할 수 있는 수동식 계산기를 만들었다. 0에서 9까지의 숫자가 톱니바퀴 회전으로 돌아가면서 덧셈과 뺄셈을 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즉, 어느 톱니바퀴가 한바퀴 돌면 그보다 수학적으로 한 단위 높은 의미를 갖는 톱니가 1/10 바퀴 돌도록 맞물려 있어 덧셈을 계산하는 방식이었다고 한다.

▷ 라이프니쯔의 계산기
1671년 독일의 수학자 라이프니쯔(Gottfried von Leibniz)가 덧셈, 뺄셈 뿐 아니라 곱셈과 나눗셈이 가능한 계산기(calculating machine)를 발명하였다. 파스칼의 계산기에 곱셈을 위한 2개의 톱니바퀴가 추가되었다. 탁상용 계산기의 초기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 찰스 배비지(Charles Babbage)의 차분기관
영국의 수학자이자 철학자인 찰스 배비지가 1822년 다항함수까지 계산 가능한 차분기관(Difference Engine) 개발에 착수하여 1923년에 완성했다. 소수점 이하 유효숫자 5자리까지 정확하게 계산할 수 있어 삼각함수까지도 계산이 가능했다고 한다. 최초의 차분기관은 영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 개발되었다. 그러나 전기가 발명되기 이전 시대에 이 거대한 장치를 구동시키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고 한다. 장치를 구동하기 위해 증기기관이 필요했고 조작할 수 있는 기술자도 없었기 때문이다. 배비지는 1차 차분기관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다음 단계 기관 개발을 지속하고 싶었으나 영국 정부는 재정 지원을 중단했다.

이탈리아로 건너간 찰스 배비지는 1837년 다양한 함수 계산을 위한 해석기관(Analytical Engine)의 개념을 발표하고 대학에서 강의를 이어나갔다. 1842년 이탈리아의 수학자 루이지 메나브레아(Luigi Menebrea)는 배비지의 해석기관에 감명을 받아 프랑스어로 감상문을 작성하였다. 배비지의 협력자인 어거스타 에이다 러브레이스 백작부인이 이것을 영어로 번역하고 계산과정에 대한 별도의 해설서를 작성하여 “배비지의 해석기관에 대한 분석”이라는 책으로 출간하였다. 이 책의 내용은 현대식 프로그래밍의 역사적 기원으로 평가받기도 한다.

배비지의 해석기관은 미완성으로 머물고 말았지만 ① 제어장치, ② 연산장치(당시 ‘mill’이라고 불림), ③ 저장장치(당시 ‘store’라고 불림), ④ 입출력 장치 등의 개념을 포함하고 있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기계가 수행해야 할 일의 단계를 입력하기 위해 종이에 구멍을 뚫어 표현하는 천공카드를 사용하였는데 이것은 오늘날로 치면 저장장치의 역할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당시의 기술적 한계로 실제로 구현되지는 못했지만 오늘날 범용 컴퓨터의 모체가 된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훗날 하버드 대학교의 에이킨 교수는 배비지의 차분기관과 해석기관에서 영감을 받아 하버드 마크 I이라는 자동계산기계, 즉, 컴퓨터를 개발하게 된다.
▷ 홀러리스의 천공카드 기계(Punch Card System, PCS)
1887년 미국의 홀러리스(Herman Hollerith)가 전기와 기계가 사용된 최초의 계산기인 천공카드 기계를 발명했다. 천공카드의 구멍의 위치에 따라 문자, 숫자, 기호 등의 정보가 표현되고 이를 전기적 신호로 저장하거나 검출하는 기계와 함께 사용하였다. 수백장의 카드를 읽고 기억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1분도 걸리지 않아 1890년에 실시된 미국 인구조사 결과를 2년 반만에 처리할 수 있었다. 이전에는 7년 정도 걸리던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시킨 것이다.

[관련글]

